인천에서 카타르의 도하, 도하에서 부큐레스티. 그리고 다시 루마니아 최북부 시레트까지. 30여 시간에 걸친 긴 이동 끝에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상황. 하지만 추위와 피로를 느낄 새도 없이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의 끊이지 않는 긴 행렬을 마주했다. 캐리어 가방과 백팩 하나의 단출한 피란 짐은 긴박했던 탈출 상황을 짐작게 했다. 전쟁의 공포에 더해 혹한의 날씨까지 견뎌야 하는 그들의 상황이 너무나 가혹하게 느껴졌다
루마니아 소방대원의 안내를 받아 임시 쉼터로 이동하는 피란민들의 얼굴엔 국경을 넘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깊은 근심과 슬픔의 감정이 묻어 나왔다. 피란민 대부분 남편과 아버지, 남자 형제들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했다. 아내와 딸을 국경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키이우로 돌아간 아버지, 두 남동생과 함께 국경까지 왔지만 결국 혼자서 국경을 넘어야만 했던 누나,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갓난아기와 함께 3일에 걸쳐 국경을 넘어온 어머니. 그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